H1. N100 미니PC로 홈서버가 가능한 이유

(스펙보다 중요한 것)

홈서버를 꾸린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늘 같다.
“그 사양으로 뭐가 되겠어?”

내가 선택한 건 인텔 N100 CPU가 들어간 미니PC였다.
데스크탑 기준으로 보면 저전력, 저성능 축에 속하고, 서버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물건이다.
하지만 1년을 굴려본 지금,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N100은 ‘서버용 CPU’가 아니라 ‘홈서버에 최적화된 CPU’였다.


서버는 늘 최대 성능을 쓰지 않는다

홈서버를 실제로 돌려보면, CPU가 풀로드로 달리는 순간은 거의 없다.
파일 서버, 사진 백업, 간단한 웹 서비스, 리버스 프록시, 노트 서버, 가벼운 미디어 스트리밍.
이런 작업들은 대부분 짧고 간헐적이다.

N100의 특징은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 아이들 상태에서는 소비전력이 극히 낮고
  • 요청이 들어올 때만 짧게 클럭을 끌어올리며
  • 다시 조용히 내려간다

24시간 켜두는 장비에 이보다 더 중요한 특성은 없었다.
“빠르냐”보다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느냐”**가 훨씬 중요했다.


코어 수보다 중요한 건 ‘용도 분리’

N100은 4코어 4스레드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VM 여러 개를 돌리기엔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Proxmox 위에서 직접 써보니 체감은 달랐다.

  • 무거운 작업은 애초에 올리지 않고
  • 서비스별로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 LXC와 VM을 섞어 쓰는 구조로 가져가니

CPU가 병목이 되는 상황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걸 얹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얹지 않느냐”**였다.


소음, 발열, 공간 — 집 안 서버의 현실

집 안에 두는 서버는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 팬 소음이 크면 실패
  • 발열이 높으면 실패
  • 공간을 많이 차지하면 실패

N100 미니PC는 이 세 가지를 모두 피했다.

책장 한 칸, 공유기 옆, 콘센트 하나.
이 정도 존재감으로 1년을 버텼다는 점은 꽤 결정적이었다.

서버가 생활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것,
이게 홈서버에서는 스펙만큼이나 중요한 조건이었다.


결국 남는 질문 하나

1년을 쓰고 나니, 처음의 질문은 이렇게 바뀌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N100으로 대규모 서비스를 돌릴 생각이었다면 당연히 틀린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건

  • 내 데이터
  • 내 서비스
  • 내가 관리 가능한 범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N100은 그 경계를 정확히 지켜주는 CPU였다.

다음 글에서는
왜 RAM을 16GB로 선택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얼마나 남고 모자랐는지를 정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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