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서버를 떠올리면 머릿속에 먼저 그려진 건 꽤 그럴듯한 그림이었다.
한 번 세팅해두면 조용히 돌아가고, 파일은 자동으로 정리되며, 사진과 음악은 언제 어디서든 꺼내 쓸 수 있는 ‘집 안의 작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매달 비용이 빠져나가지도 않고, 내 데이터는 전부 내가 관리하는 구조.
기술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꽤 만족스러운 선택처럼 보였다.
특히 기대했던 건 편의성이었다.
핸드폰 사진은 자동으로 백업되고, 음악과 영상은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바로 재생되고,
가족들도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들어가서 쓰면 되는” 환경.
‘서버’라는 단어가 주는 복잡함은 설치 과정에서만 잠깐 감수하면 되는 비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대에는 몇 가지 분명한 착각이 섞여 있었다.
첫 번째 착각은 **“한 번만 세팅하면 끝”**이라는 믿음이었다.
현실에서는 그게 시작이었다.
IP는 바뀌고, 인증서는 만료되고, 업데이트 하나에 서비스가 멈췄다.
어제까지 잘 되던 것이 오늘 갑자기 안 되는 일도 생각보다 자주 벌어졌다.
홈서버는 가전이 아니라, 계속 관리해야 하는 운영 대상이었다.
두 번째 착각은 **“가족도 자연스럽게 쓸 것”**이라는 기대였다.
구조를 알고 있는 나에게는 불편함이 보이지 않았지만,
가족에게는 로그인 하나, 경로 하나가 그대로 진입장벽이 되었다.
결국 ‘내가 편한 서버’와 ‘가족이 쓰는 서비스’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세 번째 착각은 **“성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미니PC에 NAS 하나, 서비스 몇 개쯤은 충분히 여유롭다고 여겼다.
하지만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병목은 CPU가 아니라 I/O와 네트워크,
그리고 무엇보다 내 판단에서 먼저 나타났다.
수치는 멀쩡해 보여도 마음은 계속 불안해졌다.
돌이켜보면 홈서버를 시작하기 전의 나는
‘내 자료는 클라우드에도, 누군가의 서버를 거치지도 않게 하고 싶다’는 로망에
기대를 너무 많이 얹어두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 공유하면 카카오톡으로 전송되고,
어디선가 누군가는 그걸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퀵쉐어나 에어드롭을 더 선호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택을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다.
착각이 깨진 자리에 현실적인 기준과 경험이 남았고,
그게 이후의 모든 선택—Proxmox, DSM, 그리고 서비스 분리—의 출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의 이야기는
그 기대가 하나씩 무너지고, 대신 무엇을 얻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