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PC를 주문하기 직전까지 가장 오래 고민했던 부품이 RAM이었다.
CPU는 이미 N100으로 정해져 있었고, 스토리지는 나중에라도 교체가 가능했지만, RAM만큼은 처음 선택이 거의 끝까지 간다고 봐도 됐다.
왜 16GB였나
처음엔 8GB도 후보였다.
N100이라는 CPU 자체가 고성능은 아니고, “가벼운 홈서버”를 목표로 한다면 8GB면 충분하다는 글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Proxmox 위에 여러 VM을 동시에 올릴 계획이었고, 그 구조에서 RAM은 단순한 여유가 아니라 안정성 그 자체에 가깝다.
- Proxmox 자체가 기본으로 잡아먹는 메모리
- DSM VM (생각보다 메모리 욕심이 큼)
- Nginx Proxy Manager
- 테스트용 리눅스 VM
- 가끔 켜두는 Windows VM
이걸 전부 동시에 띄워두는 순간, 8GB는 “돌아가긴 함” 수준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돌아가다 멈추는 서버보다, 항상 여유 있는 서버를 원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16GB로 갔다.
실제 사용하면서 느낀 점
결론부터 말하면, 16GB는 과하지 않았다. 딱 적절했다.
Proxmox 대시보드를 보면, 평상시 메모리 사용량은 대략 이렇다.
- Proxmox 호스트: 1~1.5GB
- DSM VM: 4~6GB (캐시 포함)
- NPM + 기타 경량 서비스: 1GB 내외
- 여유 메모리: 항상 4~6GB 이상 남음
중요한 건 이 남는 메모리 덕분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점이다.
스왑이 도는 소리도 없고, 갑자기 느려지는 순간도 없다.
서비스 하나를 더 띄워도 “괜찮을까?”를 먼저 고민하지 않게 된다.
RAM이 체감에 영향을 주는 순간들
흥미로운 건, CPU 사용률이 낮은데도 체감이 불안해질 때가 있다는 점이다.
이럴 때 원인을 보면 대부분 메모리 압박이었다.
- DSM에서 대용량 파일 복사
- 동시에 여러 클라이언트가 접속
- 백그라운드에서 인덱싱이나 썸네일 작업
이런 작업들은 CPU보다 RAM을 먼저 잡아먹는다.
16GB에서는 “조용히 지나가는 작업”이었지만,
만약 8GB였다면 분명히 체감 지연이나 스왑이 발생했을 거라고 느꼈다.
만약 다시 선택한다면?
지금 시점에서 다시 선택해도 16GB를 고른다.
N100이라는 CPU 한계는 명확하지만, RAM은 그 한계를 최대한 늦춰준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 16GB는 여유
- 32GB는 이 급의 미니PC에선 과함
CPU가 먼저 병목이 되는 구조에서 RAM만 늘리는 건 체감 향상이 거의 없다.
16GB는 “이 시스템이 할 수 있는 만큼을 안정적으로 하게 해주는 선”이었다.
정리하자면,
N100 미니PC + Proxmox 환경에서 RAM 16GB는 사치가 아니라 보험에 가깝다.
서버를 ‘가끔 만지는 장난감’이 아니라, ‘항상 켜두는 기반’으로 쓰고 싶다면, 이 선택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선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