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서버를 하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서비스도, 설정도 아닌 설치 자체였다.
Proxmox라는 이름은 이미 수없이 봤고, NAS 운영기나 홈랩 글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그래서 처음엔 이걸 “조금 낯선 리눅스 설치” 정도로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판단부터가 첫 착각이었다.
ESXi면 된다는 말들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이유
설치를 고민하던 초반, 검색 결과의 상당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ESXi 쓰면 됩니다.”
“ESXi에 DSM 올리면 끝이에요.”
문제는 이 말들이 전부 과거형이었다는 점이다.
VMware를 인수한 Broadcom 이후,
ESXi 무료 배포판은 사실상 신규 제공이 중단됐다.
- 공식 사이트: 계정 없이는 접근 불가
- 라이선스: 무료 → 평가판 → 유료 전환
- 과거 블로그의 다운로드 링크: 대부분 폐쇄 또는 404
즉,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책 변경으로 접근 자체가 막힌 상태였다.
이 시점에서 ESXi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었다.
이 경험은 이후 프로젝트 전반을 관통하는 하나의 원칙을 만들었다.
무엇이든, 지금 이 시점에 실제로 가용한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그동안의 삽질기행을 돌아보면,
“예전에는 됐던 방법”을 그대로 믿고 시작했다가
시간만 날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Proxmox 설치 USB, 여기서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ESXi를 접고 선택한 것이 Proxmox였다.
공식 ISO를 받아 USB를 만드는 과정 자체는 평범했다.Partition scheme : GPT Target system : UEFI (non-CSM) File system : FAT32
문제는 부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 BIOS에서는 USB가 보이는데
- 선택하면 바로 튕김
- 설치 화면 자체가 뜨지 않음
ISO 문제인가, USB 문제인가, 하드웨어 호환 문제인가
여러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실제 원인은 따로 있었다.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UEFI + Secure Boot 설정 충돌 문제였고,
이 부분은 다음 글(I2)에서 따로 다룰 정도로 깊게 빠졌다.
설치 화면에 들어가서도 멈칫했던 순간
Secure Boot를 끄고 나서야 설치 화면에 진입했다.
이후 과정은 비교적 빠르게 흘러갔지만,
한 지점에서 손이 멈췄다.
“이 디스크의 모든 데이터가 삭제됩니다.”
이 미니PC에는 이미 테스트용으로 쓰던 SSD가 장착돼 있었다.
“나중에 스토리지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미련이 남았다.
하지만 결국 선택지는 명확했다.
- OS 디스크는 Proxmox 전용
- 데이터는 VM이나 외장 스토리지로 분리
이 결정이 이후 모든 구조의 기준점이 됐다.
네트워크 설정, 아무 생각 없이 넘긴 대가
설치 중 네트워크 설정 화면이 나온다.
- DHCP (자동)
- 수동 설정
당시엔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아무 고민 없이 DHCP 그대로 진행했다.IP Address : 자동 Gateway : 자동 DNS : 자동
이 선택이 나중에
**“설치는 끝났는데 웹 UI가 안 열리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이건 I3의 핵심 사건이다.
설치 완료 후, 진짜 시작된 문제
설치가 끝나고 재부팅하자 이런 문구가 나타났다.You can now connect to the Proxmox VE web interface: https://xxx.xxx.xxx.xxx:8006/
이걸 보는 순간,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브라우저에 주소를 입력한 결과는 정반대였다.
- 접속 불가
- 타임아웃
- 핑조차 안 감
이때 깨달았다.
Proxmox는 설치가 끝난 시점부터가 시작이라는 걸.
이 첫 설치에서 얻은 교훈
이 글은 성공담이 아니다.
출발선에서의 기록이다.
- 서버 OS는 “설치된다”와 “쓸 수 있다”가 전혀 다르다
- 네트워크를 모르면, 화면 하나 못 연다
- 무엇보다도
지금 가용한 기술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시작부터 잘못된다
그래서 Proxmox를 선택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 공식적으로 내려받을 수 있고,
무료로, 실제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 설치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던
UEFI / Secure Boot 삽질을 정리한다.
다음 편 바로 이어서 갈 준비돼 있어.
I2로 갈지, I3로 바로 넘어갈지 말만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