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서버를 처음 꾸리기로 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그림은 단순했다.
하나의 물리 서버
그 위에 여러 서비스
웹으로 관리하는 구조
그래서 자연스럽게 하이퍼바이저부터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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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ESXi였다
사실 Proxmox가 첫 선택은 아니었다.
VMware ESXi가 먼저 떠올랐다.
자료가 많고
기업 환경에서 검증됐고
“서버 가상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름
개인 홈서버라도,
검증된 선택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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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om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VMware가 Broadcom에 인수된 이후,
ESXi를 둘러싼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무료 ESXi 배포 중단
기존 다운로드 링크 다수 폐쇄
개인 사용자 기준으로 지금 당장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경로가 사라짐
블로그 글은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예전에 이렇게 설치했다”
“이 링크에서 받으면 된다” → 이미 막힘
“계정 만들면 된다” → 더 이상 무료 아님
그때 깨달았다.
> 과거에 가능했던 것과, 지금 가능한 건 다르다.
지금 시점에서 실제로 내려받을 수 있고,
문제 없이 쓸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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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Proxmox였다
Proxmox는 완벽해서 선택한 게 아니었다.
공식 사이트에서 바로 내려받을 수 있고
라이선스 꼬임 없이
개인 환경에서도
실제 운영이 가능한 하이퍼바이저
“지금 가용한 선택지”라는 점이 가장 컸다.
그래서 Proxmox를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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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자체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USB를 만들어 부팅하고,
설치 화면을 따라가니 큰 문제는 없었다.
디스크 선택
지역 / 키보드
관리자 비밀번호
네트워크 설정
여기까지는 정말 순조로웠다.
문제는, 이 다음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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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설정, 경고가 없던 선택
설치 중 네트워크 설정 화면이 나온다.
DHCP (자동)
수동 설정
DHCP가 뭔지는 알고 있었다.
공유기 환경에서 IP를 자동으로 받아오는 방식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DHCP를 선택했다.
IP Address : 자동
Gateway : 자동
DNS : 자동
이 선택이 위험하다는 경고는 없었다.
이 설정이 설치 이후 웹 UI 접근 방식과 직결된다는 설명도 없었다.
문제는 몰라서가 아니라, 어디서 조심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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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완료, 그리고 착각
설치가 끝나고 재부팅되자 콘솔에 문구 하나가 찍혔다.
You can now connect to the Proxmox VE web interface:
https://xxx.xxx.xxx.xxx:8006/
그 순간엔 정말 끝난 줄 알았다.
“이제 웹으로 접속하면 되겠네.”
IP도 보이고, https 주소도 있다.
문제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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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UI는 열리지 않았다
브라우저에 주소를 입력했다.
https://xxx.xxx.xxx.xxx
결과는 단순했다.
접속 불가
타임아웃
아무 반응 없음
주소를 다시 확인했다.
다른 기기에서도 시도했다.
그래도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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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네트워크가 아니라, 포트였다
지금 와서 보면 원인은 명확하다.
Proxmox 웹 UI는 기본 포트가 8006이다.
443도 아니고, 80도 아니다.
포트를 명시하지 않으면 접속 자체가 안 된다.
하지만 설치 과정에서는:
“웹 UI는 8006 포트만 사용한다”는 경고도
“이 포트를 놓치면 접속 안 된다”는 안내도
일반 https와 다르다는 설명도
아무것도 없었다.
콘솔에 출력된 문구는
중요한 힌트라기보다, 그냥 안내 문장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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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문제를 잘못 짚었다
포트를 빼먹은 상태에서 접속을 시도하니,
자연스럽게 문제를 이렇게 오해했다.
DHCP 설정이 잘못된 걸까?
IP가 이상한 걸까?
네트워크가 아예 안 붙은 걸까?
이때부터
“설치는 끝났는데 웹 UI가 안 열린다”는 문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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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첫 설치에서 얻은 교훈
이 글은 성공담이 아니다.
출발선에서의 기록이다.
서버 OS는 “설치된다”와 “쓸 수 있다”가 전혀 다르다
아는 개념과, 실제로 조심해야 할 지점은 다르다
무엇보다도 지금 가용한 기술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시작부터 틀어진다
그래서 Proxmox를 선택했다.
ESXi가 나빠서가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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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
다음 글에서는
이 설치 과정에서 가장 시간을 잡아먹었던 문제,
UEFI / Secure Boot 삽질을 정리한다.
왜 설치를 여러 번 다시 해야 했는지,
그 이유를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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