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0. 왜 Proxmox였나 – 미니PC로 서버를 하게 된 이유

핸드폰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
사진, 영상, 음악.
찍고, 저장하고, 다시는 정리하지 않은 채 쌓여 간다.

물론 마음에 드는 사진만 골라 분류해 두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은 날짜순으로만 정리되고,
핸드폰이 바뀌는 순간 정렬 방식은 또 달라진다.
오래전 사진을 새 폰으로 옮겨 보관하다 보면 결국 남는 건 하나다.

공간의 압박.
그리고 그 압박은 곧 기기 가격의 압박으로 이어진다.

음악도 다르지 않았다.
멜론, 애플뮤직, 삼성뮤직, 벅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늘 비슷한 최신 가요만 반복해서 듣게 된다.
귀에 익을 즈음이면 추천 목록은 또 다른 낯선 노래로 바뀌고,
예전에 자주 듣던 음악을 다시 찾는 일은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 된다.

사진과 음악, 영상까지.
이 모든 걸 오래도록 한 곳에 모아두고,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고민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도 곧 알게 됐다.
가족들 역시 비슷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NAS를 떠올렸다.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를 알고 있던 장비였다.
하지만 막상 알아보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복잡했다.
하드웨어 선택부터 모델 구분, 용도에 맞는 구성까지.
DSM을 기준으로 고민하다 보니 선택지는 더 늘어났다.
제조사도 많았고, 모델은 끝이 없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NAS도 결국은 작은 컴퓨터일 뿐 아닌가.

그렇다면 굳이 전용 장비일 필요가 있을까?
데스크탑을 쓰기엔 현실적인 문제가 많았다.
누군가는 업무를 보다가 끌 수도 있고,
실수로 설정을 바꾸거나 데이터를 건드릴 수도 있다.
24시간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용도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미니PC였다.
TV 뒤에 숨겨둘 수 있을 정도로 작고,
항상 켜 두어도 부담 없는 저전력 제품.
모든 제어는 온라인으로 하고,
조용히 24시간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구조.

미니PC는 그 조건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이 작은 컴퓨터 위에 무엇을 올릴 것인가.

처음부터 답은 분명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기준은 명확했다.

한 번 올리면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바꿀 수 있고, 나눌 수 있고, 다시 살릴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그 기준에서 선택한 것이 Proxmox였다.
이 선택이 1년 동안 어떤 시행착오로 이어질지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 기록은
그렇게 시작된 작은 홈서버가
어디까지 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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