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4. 미니PC에 서버를 올릴 때, 내가 조심하게 된 이유들


미니PC로 서버를 꾸리고 나서 한동안은 정말 별문제 없었다.
설치도 잘 끝났고, 서비스도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CPU 사용률도 낮았고, 메모리도 여유 있었고, 로그에도 이상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문제가 터진 건 아닌데,
언제 한 번은 이유 없이 멈출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다.

이 글은 “문제가 생겼다”의 기록이 아니라,
왜 그런 불안이 생겼고, 그걸 어떻게 이해하게 됐는지에 대한 정리다.


1) CPU는 멀쩡한데, 왜 전체가 멍해질까

처음엔 당연히 CPU를 의심했다.
N100 미니PC에 Proxmox, VM 여러 개, DSM까지 올려놨으니
“이건 분명 과부하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본 게 CPU 사용률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늘 여유 있었다.

서비스가 느릴 때도
웹이 굼뜰 때도
DSM 반응이 늦을 때도
CPU는 태평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딘가를 기다리느라 멈춰 있는 상태 아닐까?

그 이후부터 시스템을 볼 때
CPU보다 디스크 반응과 체감 지연을 더 보게 됐다.
그리고 미니PC 환경에서는
성능 부족보다 ‘대기’가 먼저 문제로 나타난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


2) 스토리지를 늘렸는데, 왜 마음은 더 바빠졌을까

저장 공간을 늘리면 당연히 안정될 줄 알았다.
공간 여유는 곧 마음의 여유라고 믿었다.

하지만 외장 스토리지를 붙인 뒤부터
오히려 서버 상태를 더 자주 확인하게 됐다.

  • 지금도 잘 붙어 있나
  • 재부팅하면 바로 인식될까
  • 이 상태가 정상인 게 맞나

문제는 대부분 항상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주 가끔, 한 번씩만 이상했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다.

그때 깨달았다.

외장 스토리지는
단순히 용량을 늘려주는 장치가 아니라,
운영자가 관리해야 할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하는 선택이라는 걸.


3) 문제는 발열이 아니라, ‘전원이 들어오는 방식’이었다

한동안 시스템이 애매하게 불안정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완전히 꺼지지는 않는데,
가끔 설명하기 어려운 멈춤이나 반응 지연이 나타났다.

처음엔 발열을 의심했다.
미니PC는 작고 조용하다 보니,
열이 쌓이고 있는 걸 내가 과소평가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온도가 특별히 높지 않은 상황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반복됐다.
그제서야 방향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문제는 발열이 아니었다.
이 미니PC는 PD 전원 입력과 어댑터 전원 입력을 모두 지원하는 구조였고,
중고로 들인 기기라 PD 전원부가 이미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는 상태였다.

전원이 아예 안 들어오는 게 아니라,
“들어오긴 하는데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였다.

그걸 처음엔 몰랐다.
그래서 성능 문제나 I/O 문제로 착각했고,
한참을 돌아가고 나서야 원인을 이해하게 됐다.

이 경험을 통해 분명히 알게 된 게 있다.

미니PC에서는
전원이 들어온다는 사실보다
어떤 경로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들어오는지가 더 중요하다

작은 시스템일수록
전원부 하나의 이상이
전체 불안정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됐다.


4) 서버는 멀쩡한데, 서비스가 죽어 있었다

한동안 가장 헷갈렸던 경험이 있다.
서비스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작 서버에 들어가 보면 멀쩡한 상태였다.

CPU도 정상, 디스크도 정상, VM도 살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문제는 서버가 아니었다.
당시 사용하던 ipTIME 공유기가
전원 어댑터 불량으로 혼자서 죽는 경우가 있었다.
(알고 보니 꽤 유명한 고질병이었다.)

문제는 이게 아주 조용히 일어났다는 점이다.

  • 서버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고
  •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
  • 아이들이 “와이파이 안 돼”라고 말해줄 때마다
    공유기를 껐다 켰다

그 과정에서
DDNS도 잠시 iptime.org에서 tplinkdns.com으로 바뀌었다.

이 경험을 통해 확실히 인식하게 됐다.

“서버가 살아 있다는 것과
서비스가 정상이라는 건 전혀 다른 문제구나

미니PC 서버에서 가장 무서운 장애는
크게 터지는 문제가 아니라,
조용히 죽어 있는데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아이들이 최고의 모니터링 시스템이었다.)


5) 네트워크는 ‘되면 끝’이 아니었다

처음엔 네트워크가 되기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잘 됐고, 그동안은 큰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한 번 꼬이고 나니
“왜 안 되는지”보다
“어디부터 봐야 하는지”를 모르는 상태가 훨씬 무서웠다.

그 이후로 네트워크는
자동 설정에 맡기는 영역이 아니라,
내가 이해한 만큼만 단순하게 유지해야 하는 영역이 됐다.


6) 그래서 내린 결론

이 모든 경험을 거치고 나서 얻은 결론은 단순하다.

미니PC에 서버를 올릴 때
조심해야 할 건 사양이 아니라 변수였다.

  • CPU보다 먼저 체감되는 I/O
  • 확장이 곧 안정은 아닌 스토리지 구성
  • 발열이 아니라 전원 경로에서 시작된 불안정
  • 서버보다 먼저 죽을 수 있는 네트워크 장비
  • 그리고 “죽은 줄 모르는 상태”가 가장 위험한 운영 방식

미니PC 서버는
성능 싸움이 아니라 운영 감각 싸움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까지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냥 파일 좀 올려두려던 시작이었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니,
미니PC는 더 이상 불안한 장난감이 아니라
내가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서버가 됐다.


reboot system boot 6.8.12-5-pve Thu Feb 20 21:10 – 19:12 (98+22:02) reboot system boot 6.8.12-5-pve Thu Feb 6 14:28 – 19:12 (113+04:44) reboot system boot 6.8.12-5-pve Tue Jan 21 00:07 – 19:12 (129+19:05)

위 로그는 last reboot으로 본 서버의 연속 가동일이다. 빈약한 하드웨어가 무리될까 멈춰둔거긴 한데 사실 판단의 근거가 없다. 앞으로의 공부와 경험이 후에 시스템 중단의 판단 기준이 되거나, 보조될 시스템을 구축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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